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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선 환자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 받는게 좋을까?

by dino_think 2023. 1. 3.

 

최근 어머니가 대상포진을 앓고 나서 대상포진 백신을 찾아보셨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과거에, MSD가 2006년에 발표한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를 접종받았었는데요, 이번에 GSK에서 만든 "싱그릭스 (Shingrix)"라는 대상포진 백신을 국내에서도 접종할 수 있게 되어, 한 번 접종을 받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급성 건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 받고 나서 건선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물론 걱정만 하고 있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직접 번역기를 돌려서 건선 환자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 받는게 좋은지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대상포진 백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조스타박스, 싱그릭스 이외에 SK케미칼에서 2017년에 선보인 "스카이조스터"라는 대상포진 백신도 있지만, 조스타박스와 싱그릭스만 다루겠습니다. 조스타박스는 생백신으로, 살아있는 소량의 병원체를 직접 접종하는 백신입니다. 따라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대상포진에 걸린지 며칠 안 된 사람들은 접종할 수 없었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율은 51%, 대상포진에 걸린 이후에 나타나는 신경통의 예방율은 67%였네요. 그리고 2019년에 발표된 논문 "Vaccines for preventing herpes zoster in older adults"에서는 최대 3년 동안 효과를 보였다고 하네요. 접종은 1번만 하면 됩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국내 조스타박스의 평균 접종비가 19만원이라고 합니다. 

 

<사진 1> 조스타박스 (출처: 위키피디아) 

 

그러면 최근 국내에 도입된 싱그릭스는 어떨까요? 싱그릭스는 기존 대상포진 백신들과 달리, 사백신입니다. 사백신은 병원체를 화학 약품이나 열을 가해서 비활성화시킨 유전자 재조합 백신입니다. 유전자 재조합 백신,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B형간염, 자궁경부암, 코로나19 백신 노바백스 제조에 사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서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대규모 무작위 임상 시험에서 싱그릭스는 50~59세 그룹의 대상포진 발생률을 96.6%, 70세 이상 그룹에서 91.3%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발병 이후의 신경통 예방율이 91%나 되고, 임상시험에 참가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90% 이상의 백신 효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서 발표한 "Shingles Vaccination: What Everyone Should Know"에 따르면, 싱그립스 접종 후 최소 7년 동안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제공하고, 7년보다 더 오랫동안 효능이 지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10년 이상은 간다고 하니까 참고하셔도 좋겠네요. 조스타박스보다 40% 정도 더 높은 예방율을 보이고, 사백신이기 때문에, 미국 예방 접종 자문위원회 (ACIP)에서는 싱그릭스를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제가 봤을 때도 효능 측면에서 봤을 때 싱그릭스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단점도 존재하는데요, 싱그릭스는 2~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받습니다. 그리고 가격입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1회 접종당 20~30만원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2회 접종이니, 약 40~60만원이네요. 조스타박스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싱그릭스는 훨씬 더 비싸네요. 효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싱그릭스를 접종하시는 분들은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2> 싱그릭스 (출처: 위키피디아)

 

대상포진 백신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봤으니, 이제 건선 환자에게 대상포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3>은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서 2017년에 발표된 "Increased risk of herpes zoster in patients with psoriasis: A population-based retrospective cohort study"라는 논문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는 대상포진 발병 가능성이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건선이 중증일수록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논문에서는 건선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이나 대상포진 이외의 기타 질병의 위험도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건선이 있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요, 건선 이외 질병의 위험도가 높아지다 보니, 지금처럼 스킬라렌스나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 3> S. Tsai et al., "Increased risk of herpes zoster in patients with psoriasis: A population-based retrospective cohort study," Vol. 12, No. 8, 2017.

 

다른 논문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4>는 Scientific Reports에서 2021년에 발표된 "Risk of herpes zoster in psoriasis patients receiving systemic therapies: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메토트렉세이트, 아달리무맙 (휴미라), 에타너셉트 (엔브렐), 아자티오프린 (이뮤란, 아자프린)과 같은 면역억제제 약물들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다른 논문에서는 전신 스테로이드제제, 토파시티닙 (젤잔즈) 역시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고 하네요. 역시 면역억제제는 면역을 억제시는 약물이다보니, 양날의 검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4> S. Ting et al., "Risk of herpes zoster in psoriasis patients receiving systemic therapies: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Scientific Reports, Vol. 11, 2021.

 

 

한가지 이 논문에서 추가로 확인한 사실은, 광선 치료와 아시트레틴 (네오티가손)의 경우에는 대상포진 위험이 감소되었다고 하네요. 역시 전 네오티가손이 좋아요...^^; 네오티가손은 면역억제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 면역을 유지할 수 있어서, 대상포진 위험이 감소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네오티가손 관련 글은 아래 제 블로그 글을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https://dino-thinking.tistory.com/103

 

건선 먹는 약 네오티가손 (아시트레틴) 효과 및 부작용은 어느 정도일까? (feat. 논문)

오랜만에 건선을 주제로 한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네오티가손 (아시트레틴)이 어떤 성분인지를 다뤘던 포스팅에서 네오티가손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를 기존 연구 논문을 통해 살펴보겠다고

dino-thinking.tistory.com

 

그러면 이렇게 대상포진에 걸리기 쉬운 건선 환자들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게 좋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2019년에 미국립건선협회 (National Psoriasis Foundation)에서 건선 환자를 위한 지침으로 아래의 사항을 권장했습니다. 논문으로도 발표되었네요 ("A systematic review of herpes zoster incidence and consensus recommendations on vaccination in adult patients on systemic therapy for psoriasis or psoriatic arthritis: From the Medical Board of the National Psoriasis Foundation").

 

1. 50세 이상의 건선 또는 건선성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싱그릭스 2회 접종을 권장한다. 

2. 50세 미만의 건선 또는 건선성 관절염이 있고, 면역억제제와 같은 전신 치료제 (특히, 토파시티닙 (젤잔즈), 전신 스테로이드), 복합 전신 치료제) 복용 중인 사람도 싱그릭스 2회 접종을 권장한다. 

3. 2번에 해당되지 않은 건선 환자들도 싱그릭스 2회 접종을 고려해봐야 한다.

 

물론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싱그릭스의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아래 <사진 5>의 논문처럼, 싱그릭스가 자가 면역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한, 대상포진에 걸린 이후 나타나는 신경통의 위험을 크게 감소시켰다고 하네요. 

 

<사진 5> H. Izurieta et al., "Recombinant Zoster Vaccine (Shingrix): Real-World Effectiveness in the First 2 Years Post-Licensure,"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Vol. 73, No. 6, 2021.

 

건선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CDC의 권장 사항에 대한 글인 "Shingles Vaccination: What Everyone Should Know about the Shingles Vaccine (Shingrix)"에서는 아래의 3가지 사항을 권장 사항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1. 질병 또는 약을 통해서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은 싱그릭스 1회차 접종 후 2회차 접종 전에 의료진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다른 증상은 없었는지 꼭 상의해야 합니다. 

2. 면역억제제 복용 시작 전에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이 가장 좋고, 이게 힘들다면 치료 도중 면역 기능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시점에 싱그릭스 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3. 현재 건선이 심하게 올라온 경우에는 약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 권장사항 이외에도 CDC에서 발표한,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의 경우 싱그릭스의 효과가 68~91%라고 합니다. 싱그릭스가 이정도라면 조스타박스는 좀 더 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립건선학회와 CDC에서 권장한 사항들만 봤을 때는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받는 것을 권장하지만, 건선이 너무 심하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을 때는 의료진과 상의하에 결정을 해야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스킬라렌스를 먹고 있지만, 대상포진 백신을 맞기 전과 후에는 몇 주라도 다시 네오티가손을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약 건선 환자이지만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 받기 희망하시는 분들은, 의료진과 꼭 상의 하에 접종받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조심해서 나쁠꺼는 없으니까요. 만약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 받으면 꼭 후기글도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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